[한의사 이정택의 한방 남성의학] 중앙일보. 3. 20일 칼럼 


조루증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양방의 약물이나 수술 등의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한방의 치료는 이들에게 더욱 낯설고 생소하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의구심이나 긴장을 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성(性)이라는 주제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이 고민되어 왔던 부분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다 나은 성능력을 위한 인간의 탐구는 계속되어 왔었고 한의학적으로도 과거 아주 오랜 시기부터 사정조절에 관한 깊이 있는 노력과 저술이 있었다. 다만 성에 대한 언급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던 점과 문자의 활용이 특정 계층에 편중되다 보니 이러한 노력이 대중적인 영향을 주기에 미흡함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루증상 극복을 위한 한의학 접근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기질(器質)적인 환경의 개선과 기능(機能)적인 조건의 개선이 조루 치료의 핵심이다.

첫째, 기질적 개선은 사정조절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신체적인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정은 전립선, 정낭, 정관 팽대부의 말초 사정기관에서 일차적으로 자극을 받아 뇌로 전달하고 뇌는 이 자극에 반응을 하여 최종적으로 사정을 하게 된다. 이때 말초의 사정신경이나 중추성 사정신경이 과민하게 되면 조루증이 유발이 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삽입자극에 대해서 과민한 부분이 말초인지? 중추인지? 판단하고 과도한 흥분이 유발되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기능적 요소의 개선은 자신에게 맞는 사정조절방법을 찾는 것이다.
 
신체적 조건이 자극을 과잉해석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 졌다고 해도 사정조절에 필요한 삽입 리듬과 템포를 찾지 못하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사정조절 리듬과 템포를 찾아가는 훈련과 함께 사정조절 시점, 남성과 여성의 성반응 차이 등을 이해해야 적절한 조절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된다.

Ⅰ. 원인에 맞는 처방과 물리적 처치 :

사정조절장애인 조루증은 한방에서 그 원인에 따라서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누어 치료한다. 수화미제(水火未濟)를 원인으로 보는 중추성 사정조절장애, 간경습열(肝經濕熱)을 원인으로 보는 생식기의 염증성 과민반응에 의한 사정조절장애, 과도한 사정행위로 신음(腎陰)과 신양(腎陽)이 모두 허약해져서 나타나는 쇠약성 사정조절장애가 그 것인데, 사정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세가지 요인에 따라 처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사정조절 기본처방인 기연탕(期延湯-경험처방)을 활용하는데 중추성과 말초성 요건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증상과 체질적인 특징을 감안하여 처방 구성 비중을 조율하여 처방한다. 그 외에 보조적으로 발효환약이나 캡슐타입의 농축한약 등을 병행하여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말초성 요건이 큰 환자의 경우는 전기침이나 약침(藥針)처방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면 보다 빠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Ⅱ. 성행동교정치료(SBM : Sexual Behavior Modification):

수영을 배우려 할 때 수영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수영이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사정조절에 필요한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고 반드시 사정조절 훈련이 몸에서 습득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나 중추성(심인성) 조루에 있어 성행동교정치료를 통한 리듬과 템포의 유지는 삽입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적 흥분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감각수준에 맞는 삽입리듬, 삽입템포, 사정조절을 위한 휴지기 시점 체득, 휴지기 운용법, 호흡법 등을 익히게 된다.

약물학적 접근은 동서양에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삽입 행위를 조절하는 노력은 한의학적인 방법론이나 서양의학적인 방법론이나 사실 비슷한 면이 많다. 적어도 남녀간의 성행위는 만국의 공통행위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방식도 서로 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조루증 치료는 의사의 적절한 진료, 환자의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성 파트너의 협조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좋은 결과를 낸다. 이 때문에 다른 질환 보다 치료에 대한 변수가 많아서 어려움이 많지만 누구라도 극복할 수 있는 질환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후후한의원
원장 이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