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양(19)이 어제 느낀 감정은 당혹감, 그리고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날이었는데, 하필 그저께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어차피 불규칙했긴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열흘은 있어야 시작될 생리였다. 게다가 정말 아팠다. 2교시까지는 진통제로 어떻게든 버텼는데,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3교시부터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파서 시험이고 뭐고 머리속이 하얗게 질려버리는 느낌이었다.
모의고사는 끝났지만, C양이 오늘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 아닌 극도의 불안감이었다. 진짜 수능 때에도 또 이러면 어쩌지? 모의고사에서 이 정도였는데 진짜 수능 때는 아침부터 응급실에 실려가는 게 아닐까? 하지만 C양이 할 수 있는 건 진통제를 한 번에 몇 알까지 먹을 수 있는지 인터넷에서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 불안감이 더 심해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인생의 중대사가 걸린 날에, 공교롭게도 생리현상 때문에 곤란해진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시험 보던 도중에 갑자기 배가 싸르르 아프면서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은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해보자. 배 아픈 고통도 고통이지만, 통증에 신경이 쓰여서 알고 있는 것도 제 시간 안에 모두 못 풀어낸다면 애써 공부해왔던 노력의 성과마저 모두 날아가는 셈이다. 사람을 불안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건 오히려 이쪽이 아닐까? 이런 일을 겪어본 사람은 다음번 시험에도 이런 일이 또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해서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생리통은 더 곤란하다. 설사는 날 수도 안 날 수도 있지만, 매달 반복되는 것이 기본인 월경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월경주기가 불규칙했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된다. 결국 오긴 오겠지만 정확하게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 더 불안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제때가 아닌데도 생리통이 불쑥 하혈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하필이면 시험날에!? 아니다. 시험날이기 때문에 때 없이 생리통이 찾아올 정도로 민감한 것이 원래 여성의 몸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수록, 수험생의 배란주기는 불규칙해지기 쉽다. 여성의 몸은 스트레스에 강하게 반응한다. 전시(戰時)에는 다른 아무런 이유 없이도 무월경이 되는 여성이 아주 많다. 수능과 취업을 위한 고시처럼 인생의 갈림길이 되는 중요한 시험 역시 여성에게 만만찮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배란주기가 교란된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생리통 역시 더 심해지며, 진통제 몇 알로 끝나지 않고 하루 이틀을 몸져누워있어야 겨우 넘길 수 있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이 날이 바로 시험날이 된다면, 공부한 만큼의 성과를 못 냈다는 억울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제로 그 여성의 앞날이 피해를 입게 된다.
악화된 후에도 치료받지 않고 방치된 생리통은 금방 나아지지 않을 뿐더러, 장기간 교정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처럼 만성 골반통과 불임을 유발하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험이 끝나 스트레스가 사라진 이후에도 평생 그 통증과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에 사전에 적절한 한의학적 치료를 받으며 충분한 교정 기간을 둔다면, 질병의 예방과 더불어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순히 지금 질병이 있나 없나를 떠나, 일상에 다가오는 삶의 질을 생각할 부분인 것이다.
후후한의원 원장 이정택 |